사역자인 부모님 밑에서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며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사교성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성품은 교만이 되었고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나와 남을 비교하며 정죄와 판단을 일삼았습니다. 또한, 순탄했던 입시와 학업, 대인관계, 군대, 연애 등 내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어느샌가 스스로를 우상 삼고 가장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형식적으로만 예배드리고 기도하며 하나님은 기복적으로만 찾았습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한 번에 합격하겠다며 공동체를 떠나 학업에 전념했습니다. 형식적인 신앙만 있고 그나마 붙어있던 공동체에서까지 멀어지니 더욱더 열심을 내며 교만함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빨리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는 빨리 성공해서 보기 좋은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싶어 했던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저를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시험에 합격시키지 않으셨습니다. 들어왔던 말씀이 있어서 주변에는 떨어져서 감사하다고 말은 했었지만, 진짜 감사보다는 내가 떨어져서 낮아지는 것을 방어하는 마음이었고 또다시 입시에 대한 나의 계획을 열심히 세웠습니다. 그렇게 재수를 하다가 부서 간사님의 부탁으로 스텝으로 참석한 여름 청소년부 큐페에서 은혜를 받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그 후에 소그룹 리더와 부서 간사가 되어 공동체를 섬기며 교제하던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재수에도 합격하지 못했지만, 아직 내가 들어야 할 말씀이 있고 나의 때가 아닌 하나님의 때가 있다고 말씀을 통해 알려주시니 낙심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삼수의 수험생활에 공부와 결혼 준비를 병행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모은 돈도 없고 직장도 불확실한 채로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불안했고, 혹여나 이번 시험마저 떨어진다면 번듯한 직장 없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올라왔습니다. 모든 상황을 항상 내 힘으로 해결했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는 저에게 불안과 두려움은 매우 낯선 감정이었습니다. 1차 시험날이 가까워지고 그런 불안과 두려움이 커져갈 때, 하나님은 공동체를 통해서 많은 위로와 기도를 받게 해주셨습니다. 함께 기도해주는 공동체 덕분에 남은 기간 평안함으로 준비했고 담대한 마음으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을 마치고 여전히 낮아지기 싫은 마음으로 떨어지면 기간제 교사라도 하면 된다며 또다시 나의 계획을 세워갔습니다. 그런데 가채점 성적이 좋지 않아 당연히 불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한 1차 시험에 하나님은 합격을 주셨습니다. 공부의 때에 온전히 순종도 못 했고 항상 하나님을 반역하는 나임에도 하나님은 합격 소식을 통해 나를 사랑한다 해주시고 돌이켜 회개할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2차 시험에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저를 위해, 하나님은 룻기 1장의 '남았더라.'의 말씀과 '하나님은 100% 옳으시다.'는 나오미의 신앙 고백의 말씀을 통해 두려움을 만져주셨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전날까지 공동체의 기도를 통해 위로해주시니 시험이라는 흉년의 때에 제게는 말씀과 공동체가 남았다는 것이 느껴져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1월 17일 결과 발표날, 아침 큐티노트를 듣던 중 최종 불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담임목사님께서 '내가 들은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하나님께서 괜찮다고 위로해주시는 것 같았고, 불합격 소식에 낙담하지 않도록 함께 기도해준 공동체들에게 이 기쁜 소식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기쁨의 소식인 내가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증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삶의 주인으로 여기고 '내가 옳다.'를 외치며 살던 썩은 무화과나무 같은 저를, 붙회떨감의 과정을 통해 돌이켜 주시고 '그는 나보다 옳도다.'의 고백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