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천사의 독백
작성자명 [석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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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4.08.23
입에서 피가난다..
난 천사가 되면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천사가 된 이후에 통각이라는 장치가 이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다. 고통이 없는 세상을 천국이라 생각했는데 작년부터
일부의 고통을 수용하자는 천사회의를 통해 얻어진 이 장치가 이렇게 고마운 것인 줄 몰랐다. 고통이 있기 전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통각이 제거된 하늘나라에서 고추라는 음식재료는 소용이
없었다. 아픔이 없으니 즐거움도 없어져 메너리즘에 빠진 천사들이 속출하고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라고 아무리 지시사항이 내려와도 한 번 그런 생각에
빠져들면 인간세상에 대한 동경을 지울 수 없어져 버리고 만다.
일부의 고통은 일부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다 준다. 모든것이 아름답고 모든것이 완벽하고 모든것이 선하다는 사실은, 모든것이
추하고 모든것이 불완전하고 모든것이 악하다는 대별된 가치없이 존재할 수
없는가 보다.
오늘은 지상에 비가 내린다. 우산을 쓰고 씨를 뿌리고 밭일을 하는 어떤 할머니의 생각을 읽는다. 질펀한 흙위에 발을 묻고 자식걱정 물새는 기와걱정을 하며 즐거워한다. 난 걱정거리가 즐거움이 되리라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다.
걱정속에 내면적 즐거움이 내포된다고 누구도 나에게 알려준적이 없다.
인간이었을땐,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가 어떤 미래의 나의 모습이라고 어렴풋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곳 생활은 매우
규정적이고 일상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다.
모든이가 평등하다는 것은 모든이가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완전하다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 천국은 진리만이 통용되는 까닭에 비 진리의 모순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모순성 또는 모호함에서 오는
유머나 위트가 사라졌다.
그런 이유로 내가 일주일에 한 편씩 써야 하는 천상의 시 또한 은유적 표현이나 중의적표현이 허용되지 않는다. 직설적인 진리만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 어떻게 메타포를 구성하란 말인가?
입에서 피가나는 이 현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고통에서 피어나는 희열을 이야기 한다면, 지옥에대한 모든 개념을 수정해야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버린다.
다시 입에서 피가 난다...
피식 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