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외국어 에세이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 청소년부 예배말씀이 포로귀환을 인도하는 에스라의 이야기였습니다, (에스라 8:21-23)에스라는 바벨론과 예루살렘 사이에 있는 아하와 강가에서 어린아이와 여자와 노약자들을 모두 데리고 도적들이 숨어있는 산과 광야를 거쳐 4개월을 가기 위해 금식하며 기도합니다. 내가 두려워할 만한 길 앞에서 금식을 선포하고 기도하고 군사와 무기를 준비하기는 커녕 기도하면서, 하나님 말고는 의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선포해야 하고,이 길을 가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보호하실 분도 하나님 이시기 때문에 전략을 짜고 준비하는 것에 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에스라처럼 아하와 강가에 모여 기도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시험 당일날 아침 에스라가 아하와강에서 했던 것 처럼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알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입시가 막연히 무서워서 빈 교실에서 큐티를 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이 주신 약속이 있었습니다. 이 광야 같은 시간의 끝이 왔을 때, 왜 이런 포로생활 같은 시간을 지내게 하는지 알게 해주시겠다는 확신을 주셨고 그렇게 3년이 흐른 뒤 에세이 당일날 아침에도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시험장에 입실을 하고, 자리에 앉은 뒤 가져온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공부했던 주제들을 훑어보고 노트까지 보고난 뒤, 담대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짧게 기도를 했습니다. 시험종이 치고 주제를 받았을 때, 저는 아뿔싸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주제는 TV나 라디오에서 표준어 사용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하는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세이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한번쯤은 접해봤을 흔한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저도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주제를 공부했다고 자부했지만, 딱 하나 빠뜨린 주제가 바로 사투리와 표준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제를 받자마자 처음에 든 생각은 나는 왜 이 흔하디 흔한 주제를 깜빡했을까? 라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시험이 시작되고 90분간 떨리는 마음으로 에세이를 쓴 뒤 답안을 제출하고 시험장소를 빠져나올 떄는 허탈한 마음에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도 자꾸 머리에 떠오르는 문법 실수 때문에 우울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초콜릿과 커피로 우울함을 달래다 못해 낮잠을 4시간이나 자고 일어났습니다. 다음날도 에세이 시험이 하나 더 있었는데 준비는 커녕 또 이런 실수가 생길 까봐 시험장에 가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산책을 나왔는데, 저녁공기를 쐐면서 걷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좀 머리가 맑아지면서 아침에 한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나를 이 대학에 붙여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로 이끄시는 것인데, 저는 제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에세이 전형에서 시험을 망쳐버리자 하나님께서 등을 돌린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주제들도 많이 다루고, 오랫동안 글쓰기 연습을 했고 심지어 선생님들은 명은이라면 에세이야 어렵지 않게 통과할거야 라며 말씀해주셨지만 가장 흔한 주제중 하나를 빠뜨리게 한 것이 어쩌면 하나님이 제 교만을 들어내기 위해 하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큐티 할 때마다 교만하지 않게 해주세요, 하나님이 인도해주세요 라고 했지만 내 노력으로는 내려놓아지지 않는 교만이 제 마음속에 있었고, 입시의 첫 시작이었던 이 에세이 시험을 통해서 제 교만을 들어내신 것입니다. 주일설교 때, 목사님이 바벨론과 같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험할 수 밖에 없는 길이고, 금식과 기도를 드려도 나를 약탈하려는 산적들은 여전히 그 길에 숨어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복의 기도를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 뜻대로 인도해주세요 라고 기도했지만 사건은 여전히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게 하나님이 날 등돌리신게 아니라 이 손에서 건지실 분도 하나님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는 걸 말씀듣고 해석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입시에서 더이상 나에게 주도권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하나님께 결과를 맡겨드리는 연습을 하게 하나님이 예비해두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마음 한 편에는 수시에서 다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시험을 망치니 에세이 전형료를 대학에 기부한 것 같아 아까운 마음도 들지만 입시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걸 입으로만 외치는게 아니라 정말로 납작 업드려 기도밖에 할 수 없게 하는 사건을 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내 전략과 힘에 의지하는 게 얼마나 무섭고 어리석은 건지 깨닫게 해주시고, 이렇게 저에게 주신 약속을 가장 선하신 길로 행하실 하나님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