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하면 떠오르는 것들...
사도 바울과 네로황제의 기독교 박해, 원형경기장, 카타콤베, AD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독교 국교화, 베드로 성당....
로마의 휴일의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태양, 성악, 스파게티, 축구, 패션, 자동차...
지중해성 기후에 유적지가 많은 로마는 그야말로 관광지라 항상 들뜬 분위기였습니다.
이태리인들은 조상을 잘 둔 덕분으로 관광수입으로 살면서 관광객 상대로 사기치고 도둑도 많았지만 낙천적이고 다혈질이고 노래를 좋아하는 미워할 수 없는 민족이었습니다.
큰 공원을 가면 넓은 잔디밭, 특히 큰 나무 밑에는 하얀 껍질이 즐비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버려진 콘돔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거리에 나가보면 키스하는 것은 예사이고 남녀가 붙어있는 장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T.V를 켜면 채널이 수없이 많았고 밤시간 대에는 에로물이 많이 방영되었는데 당시 한국은 장발을 단속하고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시절에 저희에겐 대단한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T.V의 한 광고는 청소년 남녀가 오토바이를 끌고 나가면서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콘돔선전 광고였습니다. 이나라가 정말 음란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제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T.V를 보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주일이면 어김없이 교회를 갔었는데 로마에 있는 한인교회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관광 가이드하는 사람들과 대사관 직원들과 사업하는 분들로 6-70여명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한국사람들을 만나 교제도 하고 정보도 주고 받는 일을 했습니다. 정명화 부부와 정명훈 부부도 있었고 성악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82년 당시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가 교회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태리에서 실력있다고 소문이 자자했었습니다.
82년 크리스마스 때 저희 부부는 세례를 받고, 83년 4월 부활주일에 1월에 태어난 아들이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주일이면 교회를 빠짐없이 갔으나 큐티나눔이나 말씀공부를 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저 설교만 듣고 교제하는 것으로 끝났던 신앙생활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습니다.
유학은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누가 교회에 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게 됩니다. 이같은 점을 인식하여 1986년에 미국에서 KOSTA - 국제복음주의 유학생연합회 가 발족되어 해외에 있는 한국유학생에게 여러 목사님들과 강사들께서 지금까지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김양재목사님도 1990년대 초부터 코스타 강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로마는 관광지라 공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1년만에 백대리석의 산지, 까라라 아카데미로 전학을 갔습니다. 피사 근처에 있는 대리석 산맥을 끼고 있는 도시라 외국 조각가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까라라에는 한인 교회가 없어서 주일이면 여러 한국유학생이 많이 있었지만 저희부부와 후배 남학생 한 명과 매주 돌아가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후배는 한국에서 주일학교 교사까지 했던 아주 신실한 청년이었습니다. 저희 부부의 믿음이 연약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를 붙여주셔서 믿음을 잃지 않게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들을 탁아소에 맡기고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감기가 걸리고 많이 아팠습니다. 하루는 고열로 경기를 일으켜 병원응급실에 갔는데 그후 보름동안 입원을 했습니다. 공부한다고 어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많이 허약해진 것입니다. 퇴원과 동시에 저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며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던 때라 집에 있어도 가만 있지 않고 어린 아들과 레고쌓기 놀이, 알파벳 놀이 숫자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오전 10시와 오후 4시, 하루에 두번씩 공원으로 산보를 나갔습니다. 유모차에 아들을 앉혀서 길을 걸으며 자동차 이름을 가르치며 간판에 써있는 알파벳을 하나씩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들이 23개월만에 알파벳을 다 깨우치는 것이었습니다. 공부와 자아성취에 대한 집착이 이제 아들에게 옮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