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금주와 금연을 신앙수준의 척도로 여겼고,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술, 담배가 신앙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속으로는 그들을 판단하고, 정죄했습니다.
술과 담배는 군 생활에서도 끝없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럴 때 마다, 힘든 군 생활 속에서, 하나님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보상해 주실 것이라는 기복신앙으로 매 순간 순간을 참아나갔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이 끝나가도록 선임들의 핍박만 계속 될 뿐 기다리던 보상은 전혀 없었고, 이는 제대 후에 사회에 나와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지금껏 술, 담배 때문에 핍박 받았나’하는 생색이 들고, 허무함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평소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어려운 것은, 성격 때문이 아니라, 술자리를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뚤어진 논리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전역 후에, 운 좋게 해외로 인턴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을 열심히 믿었어도 내 삶에 큰 변화가 없었으니, 반대로 하나님을 안 믿고 내 마음대로 산다고 해도 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출국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저의 신앙을 감추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아무도 저의 신앙을 지적하지 않았고, 저 또한 눈치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조용했던 이전과는 다르게, 오히려 더 인정받고 환영받는 사람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성품으로 고난을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고 쉬웠습니다.
몇 달 후, 제가 교만함으로 무시했던 술이, 큰 사건으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여자와 단 둘이 술을 마시게 되었고, 혼전 순결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술 한 잔이 어려웠던 것처럼, 음란도 처음엔 죄책감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주는 쾌락에 더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인턴 기간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왜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만했던 지난 날 제 기준으로는, 저는 이미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차 안에서, 사고로 죽어 마땅했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이미 일찍이 벌 하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저의 교만을 통해서, 그동안 하나님께 붙어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의 수준임을 인정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 없는 삶이, 얼마나 더럽고 추악해 질 수 있는지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 사건 이후, 말씀대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저에겐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오랜 유학기간 후, 대학 입학을 위해 혼자 한국에 정착한 이후, 부모님의 걱정과 잔소리가 귀찮다 못해, 무시가 된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어렵게 취직한 직장을 부모님께 한 마디 상의 없이 그만 둔 것도 같은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기복신앙인 부모님의 구원을 위해 나만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자신의 죄를 보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부모님이 해외에서 수년 째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 ‘그가 나보다 옳도다.’ 의 적용을 잘 할 수 있게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